칠곡산 벌꿀로 만든 꿀맥주에 100년 전통의 독일식 소시지, 대중가수 공연과 어린이 물놀이가 더해지자 낙동강변의 여름밤이 3만명의 발길로 들썩였다.11일부터 12일까지 왜관읍 칠곡평화분수 일원에서 열린 ‘2026 칠곡 꿀맥 페스티벌’이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축제는 칠곡의 대표 특산물인 벌꿀을 지역의 먹거리·공연·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며 여름 대표축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칠곡문화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한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꿀맥이 터지는 밤: 허니 밤(Honey Bomb)’이었다. 전국 유일의 양봉산업특구인 칠곡에서 생산한 벌꿀로 만든 꿀맥주를 중심으로 공연과 체험, 먹거리를 결합했다.구미에 라면축제가 있다면 칠곡에는 꿀맥축제가 있다는 말처럼 지역의 대표 농특산물을 축제의 정체성으로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단순히 맥주를 판매하는 행사를 넘어 칠곡의 양봉산업과 대학의 연구개발, 지역 먹거리와 관광자원을 하나의 축제 브랜드로 묶었다.
◆ 지역 벌꿀이 축제의 주인공으로축제의 중심에는 경북과학대학교가 자체 양조공장에서 생산한 ‘칠곡 꿀맥’이 있었다. 칠곡 꿀맥은 경북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의 로컬맞춤형 연구개발을 통해 칠곡군농업기술센터와 경북과학대가 공동 개발한 지역 특화 맥주다.칠곡의 대표 농산물인 벌꿀을 맥주에 접목해 은은한 향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행사장에서는 생맥주와 캔맥주를 맛보려는 방문객이 몰리며 시음·판매 부스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칠곡 꿀맥과 함께 ‘칠곡 아카시아 하이볼’과 ‘칠곡 라페쉬 하이볼’도 공개됐다. 맥주 한 종류에 머물지 않고 벌꿀을 활용한 다양한 주류 상품을 선보이면서 칠곡산 벌꿀의 가공 범위와 지역 주류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꿀맥주의 짝은 왜관수도원의 ‘분도 소시지’였다. 수도승들이 독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온 분도 소시지는 축제 기간 내내 방문객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칠곡 벌꿀로 만든 맥주와 지역에 뿌리를 둔 독일식 소시지의 조합은 다른 지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축제만의 맛을 만들었다.행사장에는 수제맥주와 푸드트럭, 지역 먹거리, 농·특산물 판매 부스도 마련됐다. 축제 방문객의 소비가 지역 생산품의 홍보와 판매로 이어지도록 구성해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의 판로를 넓히는 역할도 했다.
◆ 어른은 꿀맥, 아이는 물놀이올해 축제는 성인 중심의 맥주 행사에서 벗어나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여름축제로 프로그램을 넓혔다.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허니밤존’을 비롯해 ▲꿀벌 솜사탕 만들기 ▲꿀비누 만들기 ▲키링 만들기 ▲어린이 공연 ▲꿀맥 레크리에이션 등이 운영됐다. 김재욱 칠곡군수가 방문객과 함께한 OX 퀴즈에서는 현장에서 경품을 제공해 참여 열기를 높였다.어린이 야외 워터파크와 물놀이장은 폭염 속에서 가장 붐빈 공간 가운데 하나였다. 부모가 꿀맥주와 공연을 즐기는 동안 어린이는 물놀이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세대별 즐길 거리를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공연 무대도 이틀 동안 축제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첫날에는 걸그룹 에스투잇과 브브걸 등이 무대에 올랐고, 둘째 날에는 노라조와 DJ 공연이 이어졌다. 대중가수 공연과 지역 먹거리, 야간 경관이 결합하면서 칠곡평화분수 일대는 늦은 시간까지 방문객으로 붐볐다.주무대는 낙동강을 배경으로 배치해 공연 관람의 개방감과 시야를 높였다. 행사장에는 장맛비와 강한 햇볕에 대비한 철 구조물형 그늘막 부스를 설치해 방문객이 날씨 변화에 대응하며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대경선 타고 넓어진 축제권대경선 개통으로 대구와 구미, 경산 등 인근 도시에서 축제장을 찾기도 한층 수월해졌다. 왜관역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승용차에 의존하지 않고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도 늘었다.구미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대경선을 이용해 이동하기 편리했고, 어른은 맥주와 공연을 즐기고 어린이는 체험과 물놀이를 할 수 있어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 좋았다고 평가했다.
대경선은 칠곡의 축제 방문권을 군내에서 대구·경북권으로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역과 축제장을 연결하는 이동 편의가 보완된다면 꿀맥 페스티벌이 체류형 관광과 지역 상권 소비를 끌어내는 광역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축제는 해외 도시를 소개하는 교류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일본 니가타현 도카마치시는 ‘눈과 쌀의 도시, 도카마치시로 오세요’를 내걸고 처음으로 홍보부스를 운영했다.도카마치시는 일본에서도 적설량이 많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특산품인 쌀·소바를 소개하고, 지역 재생에서 출발해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성장한 ‘대지의 예술제’를 알렸다. 이번 홍보는 칠곡과 도카마치시가 서로의 농업과 문화, 관광자원을 알아가는 도시교류의 출발점으로 마련됐다.
◆ 다회용기·분리배출…안전까지 챙겼다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행사는 안전사고 없이 끝났다. 경찰과 소방,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이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관람객의 이동과 응급상황에 대비했다.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분리배출 체계를 운영해 축제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먹거리와 공연뿐 아니라 안전과 환경까지 축제 운영의 주요 요소로 포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올해 축제는 칠곡 벌꿀이라는 지역 자원에 대학의 연구개발 역량과 수도원의 전통 먹거리,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지역 특산물을 단순히 전시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먹고 마시며 체험하는 관광 콘텐츠로 전환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앞으로는 축제 방문객과 꿀맥주 판매량 등 성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하고, 왜관역과 행사장 간 이동 편의와 주변 상권 연계를 강화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꿀맥과 하이볼의 상시 판매망을 확보해 축제의 인기가 지역 상품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김재욱 칠곡군수는 “축제를 찾아준 군민과 관광객에게 감사드린다”며 “칠곡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를 확대해 다시 찾고 싶은 여름 대표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