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AI 시대이다. 눈만 뜨면 이것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곤 한다. 현대는 모든 게 디지털화로 전환 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도 아날로그 식의 지난 삶에 대한 깊은 향수에 젖어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문자로 소통하기 보다는 전화로 나누는 대화를 더 즐긴다. 더 나아가 애틋한 사연을 나눌 때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아직도 이런 삶을 고집하는 것은 구세대여서라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이 삭막한 세상에도 인의(仁義)와 윤리를 삶의 철학으로 여기잖은가.
그러나 요즘 세태엔 이런 성향을 갖추고 사노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란다. 원칙을 고수하고 변칙과 편법을 지탄할 양이면 주위에선 이런 필자를 너무 고지식하다고까지 한다. 맑은 물엔 물고기가 못 산다며, 어느 경우엔 융통성이 없어서 답답하단다.
입 밖에 낸 사소한 약속이라도 부득이 한 경우 외엔 목숨처럼 지켜야 하고, 한번 인연을 맺으면 그 마음이 늘 항심(恒心)인 것 역시 고루하단다. 심지어 자신의 잇속을 위해서는 철석같은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를 하는 이도 있다. 별반 이익이 없는 사람에겐 무관심한 게 현명하다고 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람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서라면 지나칠까? 어쩌면 그동안 매스컴을 통하여 온갖 사건과 사고를 접하다보니 인간 본연의 순수성마저 오염 된듯 하다.
그럼에도 주위를 살펴보면 가슴이 따뜻한 지인들이 많다. 필자에겐 매일이다시피 카톡으로 좋은 글과 유익한 정보 및 명작 시들을 보내주는 초등학교 동창이 있다. 이 친구가 보내주는 문자 전부가 필자에겐 매우 유익하여 때론 삶의 등불로도 작용 하곤 한다. 그 친구가 보내주는 유명 시인의 시들은 잠시나마 혼탁한 마음을 헹구게 한다. 어디 이뿐인가. 삶을 살면서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도리나, 지혜 등이 담긴 글은 허허로운 마음을 꽉 채워주는 양식이 되어주고 있다. 또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문학회 회원인 어느 의료인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일찍 문학회 단톡방에 의학 정보와 접맥하여 명곡들을 올려주고 있다.
날마다 시피 단톡방에 올라오는 그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무지했던 의학에 눈이 떠짐은 물론, 건강까지 돌보게 돼 매우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음악에 대한 조예도 상당히 깊다. 명곡에 대한 해설은 물론이려니와 그 곡까지 감상할 수 있게 음악을 올려줘서 이 곡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이 의사분만 해도 그렇다. 사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타인을 위하여 자신이 애써 쓴 글을 올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는 자신이 지닌 의학 지식 및 정보를 만인에게 알림으로써 타인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는 선한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어서이다. 요즘처럼 이기심이 팽배한 세태에 타인의 건강까지 챙기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비록 소소한 일일지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없이는 행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더욱 이 들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 하다.
그러나 수년 간 늘 좋은 문학 작품과 글을 카톡에 문자로 보내주던 친구가 어느 날 부터 소식이 뜸해졌다. 갑자기 이런 일이 여러 날 이어지자 그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다. 기다리다가 하는 수없이 전화를 했더니 의외의 대답을 해온다.
자신이 그동안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단톡방에도 글을 올렸단다. 이 때 누군가 이런 말로 비아냥거리더란다. “ 당신, 배달의 민족이냐?” 이 말에 함의된 의미는 모르긴 몰라도 즉 음식 배달하는 기사를 가리키는 말 뜻이라며 매우 섭섭했단다. 본인은 바쁜 시간 틈내어 보냈는데 이런 말을 해오니 의기소침 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당분간 개인 카톡이나 단톡방에 글을 공유하는 일을 멈췄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바쁘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되랴. 그 친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 기업의 임원으로 수십 년 근무하였다.그리고 퇴직 이후, 자기계발을 위하여 일상을 바쁘게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릴없이 카톡 문자나 여기저기 보내는 게 아니었다.
평소 이타심이 남달랐던 친구는 좋은 글이나 문학 작품을 대하면 혼자서 알고 있기에는 아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 친구나 지인과 공유했다고 한다. 그런 친구의 진심을 한낱 음식 배달 기사에 빗대다니.
필자 또한 그 말이 매우 귀에 거슬렸다. 무엇보다 그 말로인해 친구가 상처를 받은게 안쓰러웠다.
사람은 언행을 통하여 상대의 지성과 교양, 그리고 인격을 가늠한다. 무심코 배앝은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서 마음을 심히 할퀴기도 한다. 그것에 의한 상채기는 필자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출혈이 심하여 좀체 봉합이 어렵다. 이는 필자가 아마도 마음이 옹색한 탓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