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실내에 있을 때도 선크림은 꼬박꼬박 발라야 한다는 말을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철칙을 지키지 않으면 마치 피부 관리에 손을 놓은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30년간 현미경 너머로 피부 조직을 관찰해 온 병리 전문의로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세계보건기구와 기상청은 자외선 지수가 3 이상일 때만 주의를 당부합니다. 3 미만일 때는 특별한 방어가 필요하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피부 노화의 90퍼센트가 자외선 때문이며, 이를 막으려면 화학 성분으로 된 방어막을 겹겹이 쌓아야 한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피부과학과 독성학 연구 결과들을 보면 우리가 맹신하던 선크림의 이면과 피부 본연의 놀라운 천연 방어력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우선 적이 누구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피부에 닿는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자외선A와 자외선B로 나뉩니다. 자외선B는 피부 겉면을 붉게 태우는 화상의 주범이지만, 우리 몸의 비타민D 합성에 꼭 필요한 고마운 빛이기도 합니다.    반면 자외선A는 진피층 깊숙이 침투해 주름을 만들고 유리창도 대부분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 창가나 차 안에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차단제 겉면에 적힌 SPF는 자외선B를, PA는 자외선A를 얼마나 막아내는지를 뜻합니다.지금까지는 SPF 숫자가 높고 PA 뒤에 플러스 기호가 많을수록 피부를 완벽하게 지켜주는 마법의 방패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경고합니다. 차단 지수가 너무 높은 제품은 오히려 우리 피부 생태계를 교란하는 강력한 화학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고지수 선크림이 피부에 미치는 해악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높은 SPF를 구현하기 위해 들어간 유기 화학 성분은 피부 겉에만 조용히 머물지 않습니다.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흡수되어 내분비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무기 화학 성분은 햇빛을 거울처럼 튕겨내는 광촉매 작용 과정에서 오히려 강력한 활성산소를 뿜어내어 피부 세포를 공격하기도 합니다.게다가 차단 효과를 높이려고 성분을 빽빽하게 배합한 선크림을 바르면 피부 속 수분 증발이 차단되고 모공이 꽉 막혀버립니다. 여드름이나 만성 염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땀과 물에 지워지지 않는 워터프루프 제품은 피지와 엉겨 붙어 끈적임과 트러블을 더욱 심하게 만듭니다. 자외선을 막겠다고 바른 화학 물질이 오히려 진피층의 염증성 노화를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더 큰 문제는 이를 지워낼 때 발생합니다. 피부에 찰싹 달라붙은 화학 성분을 지워내려고 오일과 폼으로 이중, 삼중 세안을 하게 됩니다. 이때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필수 지질인 세라마이드까지 무참히 씻겨 내려갑니다.    보호막이 무너진 피부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붉어지고 바싹 마르게 됩니다. 질병관리청 역시 선크림은 외출 후 꼼꼼히 씻어내라고 권고하지만, 고차단이나 워터프루프 제품을 지우기 위한 과도한 세안은 피부의 천연 보습 인자마저 빼앗아 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선크림을 남겨둬도 문제이고, 박박 지워내도 문제가 되는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결론은 아주 단순합니다. 선크림은 매일 세수하듯 습관적으로 바르는 스킨케어 제품이 아닙니다. 자외선 지수와 야외 노출 시간에 맞춰 전략적으로 꺼내 쓰는 보호 장비에 가깝습니다.우리 아시아인은 수만 년 동안 진화하면서 피부에 멜라닌이라는 아주 훌륭한 천연 자외선 필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실내 생활이나 짧은 외출에까지 항상 최고 지수의 선크림을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모자나 그늘, 긴 옷으로 햇빛을 가리는 물리적 회피가 먼저이고, 선크림은 그다음 선택지입니다. 이제는 노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에 쫓겨 피부를 화학 물질로 덮어씌우는 대신, 우리 몸이 지닌 본연의 회복력을 믿고 피부가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로망스 2번, op. 50입니다. 작품번호만 보면 로망스 1번보다 나중에 나온 곡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곡이 먼저 쓰였습니다. 출판은 1805년에 되었고, 초연은 그보다 훨씬 이른 1798년 무렵으로 추정됩니다. 번호와 작곡 순서가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곡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베토벤 하면 대개 강렬하고 단호한 음악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로망스를 들으면 전혀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노래하듯 풀어가고,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오래 붙들고 갑니다. 특히 이 곡은 바이올린이 사람의 목소리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순간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최종편집: 2026-08-31 08:31:41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경도일보본사 : 경상북도 경주시 xxxxxxxxxxxxxxxxxxxxxxxxxxx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북, 아XXXXX 등록(발행)일자 : 20xx년 xx월 xx일
발행인 : 박준현 편집인 : 박준현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현 청탁방지담당관 : 박준현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박준현
Tel : 010-xxxx-xxxxe-mail : gdib@gdib.kr
Copyright 경도일보 All rights reserved.